<추격자>를 봤다. 그들과 나

감독: 나홍진


쇼킹 그 자체.
영화를 다 보고 온지 꽤 됐는데도.
정리가 안된다. 멍하다.
키보드를 누르는 손가락이 힘들다.
마치 그 망치로 맞은 거 같다.
리얼리티. 미장센.카메라기법..........
뒤돌아보면 참 대단하지만,
볼 때는 그저 몰입.
오로지 몰입. 다른 건 생각할 수도 없다.
보고 나오는데.
<괴물>보다 더 세상이 리얼하게 무섭게 다가온다.
토할 거 같다.
아 진짜 망치로 얻어맞은 거 같다.멍하다.
조금있다가 다시 써야겠다.아 진짜.나를 추스릴 수가 없다.

........다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몰입하게 만들고
현실과도 같게, 현실인양 느끼게 만드는 영화는 처음이다.
실화를 영화화한 게 아니라 실화를 몰카한 거 같다.
뉴스로 듣는 사건은 그저 말세다,
유가족은,
저 새끼는 일을 친 놈
..뭐 이런 생각뿐.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으로 가는 길을 몇 번 보았어도.
여전히 '죽음'은 낯설다.
현실이면서도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건 아마 슬픔의 크기나 무게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를 상상하는 것보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건
내가 바로 그 죽음의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함께 숨쉬지 못해서.
그 순간에 함께 피부로 느끼지 못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 마다.
슬프고 세상은 야박하고 잔인하고 야속하지만.
그래도 난 숨쉬고 웃고 밥 먹고 자고 그런다.
그래

잔인하다.
있을 법해서.
아니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잔인한 일이 있을 거 같아서.
세상이 두렵다.
내가 떠나보낸 사람들은
늙어서 가거나.
차라리 사람이 그랬다면 그 자식을 욕하면 좋을 텐데.
그 새끼를 원망하고 미워하면 좋을 텐데 싶게..
자연이 앗아간 경우라서.
살인자에 대한 증오심이랄까. 그런게 부족하다. 유가족들에 비해.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나.개새끼들
미친새끼라는 말 보다 더 심한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늘 아래 딸 가진 부모 마음뿐만이 아니라.
나도.그리고 내게 소중한 모든 사람들의 신변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죽을 거 같다.
어디 내 소중한 사람들 뿐이겠는가. 길가다 지나친 사람.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하고 그런 사람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마저도.
더 싫은 건 이런 상황으로 몰고간 건 사람이고.
거기서 행동하기를 선택한 것도 사람이라는 거.

보는 내내 두렵고 두려워 떨었다.
세상이
사람이
무섭다.
무겁다.
살아가기가 그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영화보는 내내 리얼리티를 금할 수 없었다.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서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아 하정우의 그 표정.
취조받을 때의 그 표정. H랑 닮아서 . 그래서 더 소름돋았던.
그래서 더 아 저런 새끼가 진짜로 있구나. 했던.
그래서 더 우리 일로 다가왔던.
그래서 더 내 일로 다가왔던.

결국 엄중호가 없었더라면,
또 어딘가의 누군가의 머리에 망치를 겨누고 있었겠지.
엄중호를 움직인 것.
지영민은 갖지 못하고 엄중호가 가진 것.
세상 모든 이들이 가져야할 것.
각자 또 한 명의 엄중호가 되어야 한다.

망치로 두들겨 맞은 느낌이다.
정리 않고 그냥 내고 내뱉고 싶은 대로 뱉은 거니 . 그리 아소



+
망치로 손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를 보면서,
이거 너무 현실적인 잔인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금이 아니라 25금이었어도 될 거 같았는데.
뭐, 어쨋든 19금은 다 이유가 있다.


++
엄중호를 움직인 미진의 딸 아이.
그 눈빛.
흔들리지 않고 굴하지 않을 자,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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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격자 2009/08/07 13:33 #

    감독 데뷔작을 범죄 스릴러 장르로 시도하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완성도 높은 연출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그래서인지 한국 영화계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장르이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은 보기가 매우 힘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감독들이 조폭 소재와 엮어서 끊임없이 재탕 삼탕이나 하고 있고, 가벼운 웃음 위주의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을때 &lt;범죄의 재구성&gt;이라는 장르&nb...... more

덧글

  • 배트맨 2009/08/07 13:32 # 답글

    리뷰에 사적인 일들이 적혀 있어서 제가 선뜻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네요.
    조용히 읽고 갑니다.

    그래도 트랙백을 보내주셔서 - 트랙백을 타고 - 이렇게 마실도 올 수 있었고, 글도 읽어볼 수 있었네요.
    고맙습니다.
  • 인느 2009/08/07 15:02 #

    사적인 이야기도 있고, 소소한 글 뿐이라 부끄러운 마음에 트랙백을 거는 것을 살짝 망설였지만.
    그래도 트랙백을 타고 마실와주시니 저도 좋네요.
    앞으로도 또 배트맨님과 겹치는 영화가 있으면 트랙백 걸겠습니다. 'ㅡ'
  • 배트맨 2009/08/07 15:07 #

    인느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트랙백을 보내주시는 것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전 같았음 당일에 본 후, 바로 마실을 왔을텐데 제가 좀 늦게 찾아뵈었습니다.

    여름 시즌동안 좋은 영화 많이 보시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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